INTERVIEW 02 2024 - 끌라베 CLAVE

design by clave prologue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예전보다 더 소화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사실 그 전에도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있어왔지만 플로리스트의 영역이라고 알려지고 나서 말이예요. 플라워 숍에서 상품을 파는 일부터 큰 공간을 꽃과 식물로 연출하는 것도 모두 플로리스트의 일이죠. 올해의 두번째 인터뷰는 어마어마한 브랜드들과의 어마어마한 일들을 조용히(?) 하고 계시는 끌라베 고유리 선생님과의 시간입니다. 제가 뭔가 새로운 일이 생겼을 때 항상 조언을 구하게 되는 선생님 중 한 분인데 이렇게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 design by clave Q 선생님께서 꽃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어머니가 예전부터 꽃을 오래 하시긴 하셨지만, 일이 고단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플로리스트가 전문직으로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제가 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어요. 한창 바쁜 시즌에도 절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셨을 정도예요. 플로럴 폼을 적시는,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할 줄 모르는 꽃집 딸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처럼, 퇴근하실 때마다 집에 꽂아둘 꽃을 조금씩 가져오셔서 저는 매일 꽃을 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꽃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꽃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알게 된 것인데, 저는 한 곳에 매여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정해진 가이드대로 수동적인 일을 하면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이더라고요.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 엉뚱한 직원이기도 했고요. 당시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는데, 그 때 파티시에라는 직업이 굉장히 주목을 받았었어요. 때마침 퇴사를 고민하던 제가 다른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퇴사 이후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의 조건은, 규모가 작더라도 제가 일을 주도할 수 있을 것, 무언가 만드는 일이되 정해진 틀은 없을 것, 그리고 정년이 길어 오래 할 수 있을 것, 이렇게 세 가지였어요. 그 시기에 제 고민을 함께 나누던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플라워 숍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고 등록까지 해줬어요. 그렇게 입문한 꽃에 매료되어 화훼조형학을 전공한 후 지금까지 꽃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design by clave Q 꽃일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정해진 프레임이 없다는 건 어떻게 보면 난해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런 점이 꽃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어요. 같은 브랜드의 반복적인 행사라고 해도 매해 컨셉과 디테일이 다르고,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 많은 변화들을 조합한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 그 순간의 만족감이 저를 굉장히 행복하게 해요. 그리고 그 만족감이 저뿐만 아니라 함께 수고한 스탭들도 다같이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원동력이죠. 끌라베를 창업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던 순간들, 좋았던 순간들을 오랜시간 함께 해 온 스탭들과 함께 공감하고 추억한다는 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만큼 저에게 큰 행복이에요.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이 생기고요. design by clave Q 두 아이의 육아와 일을 둘 다 잘 해내고 계시는 선생님, 비결이 무엇인가요? 글쎄요, 잘 하고 있는 것 맞나요? (웃음) 그리 보아주시면 감사하죠. 한편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육아와 일 모두 포기하지 않고 해내려고 노력해요. 일이 몰려 집중해야 할 때는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틈이 생기면 무조건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출장 길에도 같이 갈 여건이 허락하면 가족이 함께 떠나고요. 현장에서 집중해서 일 하고, 그 외의 시간엔 아이들과 시간을 꼭 보내려고 해요. 일도, 육아도 타이밍이 있는 거잖아요. 끌라베와 아이들이 성장하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어찌되었건 둘 다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으려고 마디마디 노력하는 편이예요. 일도 육아도 긴 호흡으로 멀리 가야하는 일이니 저 자신을 너무 지치지 않게 스스로 독려하며 최면을 거는거죠. (웃음) design by clave Q 남편분과 일을 같이 하시는데,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벤트나 행사를 할 땐 현장에서의 변수가 많아서 스탭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다시 부탁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을 저 혼자가 아닌 같이 해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또 다른 한가지는 일을 하면서 대표로서 직원들에게 보이기 어려운 감정들을 남편과는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일을 함께 하다보니 치열하게 다툴 때도 있지만, 과정을 함께하니 프로젝트를 잘 마쳤을 때의 희열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역시 큰 장점이고요. 많은 기억의 부분들을 오롯이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단점은, 꽃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다보니 언어와 기준이 많이 달라서 부딪힐 때가 잦았어요. 함께 일하기 시작했던 초반엔 그 다름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참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맞춰가는 과정에 있지만 이젠 부딪힐 것 같으면 한 쪽이 잠시 템포를 조절하는 법을 조금은 깨달은 것 같아요. (웃음) design by clave Q 플라워 숍을 정리하시고 요즘은 주로 행사와 기업 일들만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플라워 숍을 운영하실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두 가지를 함께 운영할 때는 많은 무리가 있었어요. 클라이언트도 다르고 플라워 숍과 이벤트는 일의 특성 자체가 다르니까요. 저에게는 B2B로 전향한 지금이 프로젝트에 더 집중할 수 있어 만족도가 큰 편입니다. 로드숍을 운영할 때엔 숍에 직원들이 상주하더라도 진행되는 일들을 직원과 제가 계속 소통을 해야할 때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외부 프로젝트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숍 운영을 멈춘 지금은 마음의 여유 공간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실 형태로 바꾸고 나서는 숍처럼 꽃을 상비해 둘 필요가 없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맞춘 사입을 하게 되고 그에 집중해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불필요한 꽃들이 들어가지도 않고, 저의 색깔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어서 그간 아쉬웠던 부분들의 갈증을 해소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design by clave Q 큰 이벤트를 주로 하시다 보면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벤트 데코레이션 등을 하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하는 설치 작업들이 난이도가 높지는 않아서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사고가 거의 없는 편이긴 해요.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이른 아침 울리는 전화벨은 바로 대응해야 하는 급한 건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느 날 오전 7시쯤 불길하다 싶은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그 날 작업이 하나 있었는데 저녁 7시로 알고 준비를 해두었었거든요. 전화를 받자 마자 "실장님 어디세요?". 이 질문을 듣고 머리가 쭈뼛 서더라구요. 다행히 상품은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터라 숍 근처에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무리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했어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분과 저의 미숙한 소통으로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업무 상 소통을 할 땐 일시와 장소 관련 확인을 철저히 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잘 준비를 해두더라도 '그' 시간에 '그' 장소가 아니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통이예요. 소통이 원활해야 결과물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위에 말씀드린 것과는 또 다른 갈래의 소통이긴 하지만, 제가 하는 대부분의 작업은 클라이언트가 추상적으로 하는 주문이 많거든요. 상대방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과 색감의 기준이 저의 기준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또 내부적으로는 함께 만들어내는 스탭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 일의 시작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분명하지 않은 부분들을 소통을 통해 구체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design by clave Q 스스로를 어떤 플로리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어렵지만 답을 해보자면, 저는 유연한 플로리스트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제 분야가 아닌 경우가 아닌 이상 일을 의뢰받았을 때 딱 잘라서 "못해요!"라고 말하지 않아요. 저의 이런 마음가짐이 새로운 방법과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시작점이 되어주었어요. 버전이 다른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면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이 설렌답니다.질문에서 좀 벗어나는 이야기긴 하지만, 요즘은 저처럼 꽃만 다루는 플로리스트분들보다 다양한 자연소재와 재료들로 공간을 연출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공간을 연출하는 플로리스트를 칭하는 명칭이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꽃을 다뤘던 사람들은 조경도 연출도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과는 달라서 또 다른 공간 연출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design by clave Q 좋아하는 아티스트, 또는 플로리스트가 있을까요? 저는 라나 델 레이Lana Del Ray 라는 가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녀의 음악이 다소 염세주의적인 경향이 있지만 그걸 시적으로 잘 풀어내는 사람 같아요. 혼자 작업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하는 걸 좋아해서 늘 틀어놓는 편인데, 차분하고 울적한(?) 그 분위기가 좋아요. 또 그림에 제가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요즘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오세열 작가님의 그림을 만나게 되었는데 작가님의 컬러와 표현법이 제 마음 깊게 와닿더라고요. 그 이후 작가님 작품 전시가 있는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점점 깊은 애정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젊은 작가가 그렸겠다," 생각하고 호기심에 검색해 보았는데 꽤 오래 활동을 해오셨던 연륜있는 작가님이셨던 거예요! 오세열작가님은 일부러 서툰 그림을 그리신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젊은 작가라고 으레 생각했던 거죠. 처음에 본 작가님의 그림은 칠판에 숫자를 써 놓은 단순한 그림이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그림을 보고 뭔가 울컥하는 감동이 있었어요. 작품들의 색감과 칠판에 쓱쓱 그린듯한 그 느낌을 정말 좋아해요. 인물화도 있는데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딘가 한 부분씩 불편한 부분이 있는 사람의 그림도 있고요. 또 꽃이 등장하는 그림도 꽤 많이 있어요. 어딘지 모르게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보듬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인지 여전히 오세열 작가님의 그림세계를 참 좋아합니다. design by clave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나무를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수많은 요소들이 하나로 모여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었을 때 제가 느끼는 희열인데, 이제는 그 희열을 일시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를 보며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요. 절화로서의 작품들은 3-4일 정도의 시간이 가장 아름답죠. 물 올림도 적당하고 작가의 의도대로 제 위치를 지키면서요. 반대로 뿌리가 있는 식물과 나무들은 막 심어졌을 땐 아직 익지 않은 모습들이 더 많아요. 여러 해를 거듭하고 나서야 뿌리가 자리를 잡고, 하나하나 알맞은 계절을 만나 피고지면서 변화하죠. 그 모습이 참 조화롭다고 느껴요. 욕심을 낸 자리는 알아서 정리가되고, 비워져 아쉬운 자리는 계획하지 않았던 다른 어떤 것들로 채워지기도 하고요. 현재의 일도 풀어내고 싶은 여러 갈래가 있기 때문에 아마 가드닝 디자인은 가까운 미래에는 닿지 않을 것 같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에서 놓지 않아보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제가 있는 곳이 화려한 이벤트 현장이 아니라 나무와 풀숲 사이일 날이 오겠죠? design by clave epilogue 고유리 선생님과 일 관련된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었지만 뭔가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의 사정으로(?) 길지 않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선생님께서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야말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 플로리스트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꽃과 식물을 대하고 일을 하는지 보다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서 시작한 일인걸요! 고유리 선생님의 작업들은 아래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이 보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 design by cl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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