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01 2023 - 무구 mugu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prologue 늘 들어가보는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꽃 사진들 중 시선이 멈추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꽃 사진 몇장 만으로도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 마련이죠. 무구(@muguborn) 계정의 사진들을 보다보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실 꽃이나 플라워 디자인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 할 것 같아요. 다양한 소재의 채집과 세심한 관찰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작품으로 그 아름다움을 새로 창조해내는 사람, 자연을 향한 사랑이 흠뻑 느껴지는 이현주 선생님을 파주에 위치한 선생님의 작업실 - 늘 제가 갈 때마다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라고 느끼는 - 에서 만나 선생님의 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무엇, 또는 누군가가 선생님을 이 길로 이끌었나요? 꽃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돌이켜보면 꽃을 하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어린 시절을 도봉산 자락에서 보내며 산에서 늘 풀과 열매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 편집자가 되었는데, 그 회사도 도감을 만드는 회사여서 자연으로 취재를 많이 다녀야 했어요. 그리고 그림책 만드는 출판사로 이직을 하며 어느 순간 작가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는 열심히 일을 해서 책을 내도 결과물이 오롯이 제 것은 아니거든요. 저의 이름으로 된 작업을 하고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또 하나는, 회사 다닐 때 스트레스를 텃밭 일을 하면서 풀었거든요. 어느 봄날에 텃밭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찔레꽃 향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그 찔레를 조금 잘라다가 집에 있는 유리병에 꽂아두고 감상했어요. 아마 그 날이 제가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채집 꽃꽂이를 한 날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목디스크가 생겨서 텃밭을 더 이상 가꿀 수 없게 된거죠. 일종의 직업병인 셈인데 스트레스를 풀 다른 방법을 찾다가 들꽃을 찾아서 이것저것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만들던 사람이라 처음엔 꽃도 책으로 배울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도서관에서 꽃꽂이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혼자 만들어보며 점점 더 빠져들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배워보기로 했어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꽃으로 창조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선생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산책하다보면 예쁜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맘때는 덩굴들이 말라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의 반의 반만이라도 닮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얼마나 멋질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두 번째는 늘 마음속에 있는 공허함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저에게 꽃을 하는 거고요. 제가 의도한대로 꽃이 잘 꽂아지면 세상에 꽃과 저, 이 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완전히 하나가 된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 때 온전히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마라톤 선수들이 느끼는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라고 할까요, 그런 기분을 꽃으로도 느낄 수 있어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그럼 선생님께서 꽃을 디자인할 때, 어떤 요소에 가장 중점을 두고 편안함을 느끼시나요? 자연순응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자연스러운 스타일과는 다른 개념인데요, 꽃을 대하는 태도에 중점을 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핵심은 세 가지에요. 첫 번째는 그 계절에 나는 꽃과 소재를 쓰고, 두 번째는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세 번째는 절화의 본질이 죽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꽃의 마지막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존중하며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이건 늘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에요. 실제로 꽃을 꽂을 때,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색깔이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완성된 꽃에서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친구가 꼭 있어야 해요. 포컬 포인트(focal point)라고 하기 보다는 - 포컬 포인트는 주로 "메인"이 되는 꽃을 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 꽃의 존재감과는 상관 없이 실제로 나를 보고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장미는 눈이 있는 꽃이 아니지만 백일홍의 꽃술은 눈처럼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꽃이 저를 보고 있으면 소통하는 느낌이 들고, 사진 찍을 때도 편안하거든요. 하지만 이 부분은 저에게만 중요한 것이고, 꽃을 감상하는 다른 분들이 똑같이 느꼈으면 하는 건 아니에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선생님의 꽃에 무엇을 가장 담고 싶나요? 선생님 디자인의 정수는 무엇인가요? 꽃 자체가 가진 매력이요! 똑같은 꽃이라도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잖아요. 비스카리나를 예로 들어서, 어느 날 사 온 비스카리나는 줄기의 여리여리한 선이 매력적이고, 또 다른 날의 비스카리나는 꽃잎이 특히 아름다운 경우가 있단 말이죠. 꽃의 종류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 송이 한 송이의 매력에 초점을 두는 거예요. 그래서 꽃을 관찰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수업 때는 수강생들이 직접 꽃을 고르게 하는데, 그 꽃만이 가진 매력을 관찰하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 디자인의 정수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늘 새로운 걸 만들고 싶어해요. 보통 디자이너들은 시그니처 룩이라고 할까요, 그 사람을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디자인의 형태라던지 어떤 조합 같은 게 있잖아요. 저는 그 틀을 정해두고 꽃만 바꾸어 꽂아내는 건 못할 것 같아요. 최근에 제가 다면적인성검사라는 성격 검사를 했는데 자극추구성이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은 거예요. 종종 침봉 꽂이를 할 때 예전에 만들었던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럼 스스로가 너무 나태하게 느껴져요.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만 떨칠 수가 없어요. 형태는 새롭되, 정서와 분위기로 고유함을 이어가고 싶어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친환경적인 선생님의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꽃을 처음 배울 때 초록색 플로럴 폼이 손에 닿는 그 느낌이 싫었어요. 그리고 제가 번거로운 걸 정말 싫어하는 성격인데 플로럴 폼은 사용하고 나서 물을 짜내고 부숴서 버려야 한다는 것도 싫었고요.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왠지 엄청 자연에 안 좋을 것 같았어요.또 플로럴 폼을 이용해서 디자인 할 때는 폼을 가려야만 하잖아요. 가리기 위해 꽃과 소재를 더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침봉을 즐겨 쓰기 시작했어요. 런던플라워스쿨(LFS)에 갔을 때, 당시 시작된 노 플로럴 폼(No Floral Foam)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더 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플로럴 폼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알고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놀라워요. 저는 이 작업실을 연 이래로 플로럴 폼을 쓴 적이 없어요. 몇 년을 해왔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어요. 시도우(SIDEAU, 친환경 플로럴 폼)가 처음 나왔을 때 "나에게 자유를 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폼 형태의 고정기법을 쓰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손이 자주 가지는 않더라고요. 야외에서 물통으로 물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주로 쓰고 있어요. 결론은 저의 귀찮음과,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을 때의 희열 때문인 것 같아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좋아하는 플로럴 아티스트, 또는 그 외 분야의 예술가는 누가 있을까요? 플로럴 아티스트는, 유일무이한 콘스탄스 스프라이(Constance Spry, 1886-1960)요! 현재 플로럴 디자이너들이 하는 거의 모든 걸 그 때 이미 했잖아요. 지금 우리들은 그 시대에 그녀가 한 것 보다 더 많이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에요. 동시대의 것보다 과거에 콘스탄스 스프라이가 한 작품들이 더 놀랍고 새롭게 느껴져요. 클래식하면서 질리지 않는 모던함이 공존한다고 할까요. 그 외 분야의 예술가로는 사진가 강운구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그 분의 다큐멘터리 같은, 땅과 사람에 대한 기록 사진을 좋아해요. 책 <강운구 사진론>을 보면 '기록성'과 '사실성'이 사진의 본령이라고 여러번 강조하시는데, 저와 분야는 다르지만 굉장히 크게 와 닿았어요. (은어로써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로) 그 꼰대 같음이랄까, 확고한 신념이 정말 좋았어요. 사실 저도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도예가이자 플로리스트이기도 한 세실 달라디에 (Cecile Daladier, @ceciledaladier)를 좋아해요. 처음에 <rakesprogress>*라는 잡지에 실린 작품 사진과 인터뷰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러다 런던의 블루 마운틴 스쿨(Blue Mountain School) 갤러리에 작품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화기를 사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었어요. 무언가를 사기 위해 외국에 간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나중에 인연이 되어 남프랑스에 있는 세실의 집에 방문했는데, 작품의 분위기 그대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반했어요. *www.rakesprogressmagazine.com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선생님을 가장 닮은 꽃을 하나 고른다면 무엇일까요? 닮고 싶은 꽃이 있고, 닮았다고 생각하는 꽃이 있는데 둘 다 말씀드리자면, 닮은 꽃은 백일홍, 닮고 싶은 꽃은 제비꽃이에요. 백일홍은 선이 두꺼운 편이잖아요? 얼굴은 동그랗고, 그게 저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컬러가 다양하다는 것도 특징인데 이건 저의 자극추구성(!)과 닮은 것 같아요. 제비꽃을 닮고 싶은 이유는, 그 매력을 보려면 나를 낮추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땅 가까이 그렇게 작게 피는 꽃이, 들여다 보면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향기가 나거든요. 은방울꽃 못지 않게 귀한 향기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아름다워요.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게 바로 제비꽃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또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손목 재활과 출산 때문에 미뤄두었던 수업을 올해 4월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해요. 제목은 계절 수업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8주씩 총 4번을 진행하려고요. 예를 들어 봄에는 제비꽃과 토끼풀로 작은 꽃바구니를 만들고, 여름에는 풀꽃부케를, 가을에는 마른 풀과 열매로 무언가를 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꽃을 하는 방법을 나누고 싶어요. 사실 몇 년 간 제 수업이 디자인 역량과 브랜딩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거든요.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대신, 그만큼 함께 성장하는 기쁨과 보람이 컸어요. 하지만 이제는 실무에 중점을 둔 수업을 하는 곳들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바뀌었다는 걸 느껴요. 올해는 좀 더 단순하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꽃을 오래했거나 처음 시작하거나 모두에게 열린 수업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출간 계약을 한 지 3년이 지난 책이 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들로 계속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올해 안에는 꼭 다 써서 책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epilogue 선생님과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또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녹취록을 들으며 그 때의 즐거운 기억들이 떠올라 혼자 배시시 웃기도 하고, 갑자기 심각해지기도 하고요. 내가 꽃을 대할 때 어떻게 대했었더라, 또 앞으로 난 어떤 디자인을 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와 진짜 멋진 사람이다(솔직한 마음, 꼰대 만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꽃을 디자인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이현주 선생님의 이런 생각들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의 작품들을 아래에 더 공유하며, 선생님께서 올해 꼭 완성하실 책을 기다리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웹사이트에서도 많은 디자인과 수업 관련 내용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www.muguborn.com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designed & photographed by mu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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