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prologue 이번 달의 주인공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년 전 블로그를 통해 만났어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플로리스트들이 "꽃친구"가 될 수 있는 장을 펼쳐준 장본인입니다. 어떤 사람이냐고 저에게 물으면, 하고 싶은거 다 하는 제가 아는 언니 중에 제일 멋있는 언니라고 말 할거에요. 제가 꽃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고민이 생길 때 마다 가장 먼저 전화하는 사람 1번이거든요! 쎄종플레리 플라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임지숙 선생님과의 시간을 담아보았습니다.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선생님은 스스로를 어떤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쎄종플레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자연을 사랑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자연은 정말 그 자체로 완벽한 것 같아요. 그 완벽한 아름다움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부분은 플로리스트인 우리 모두가 가진 사명이기도 합니다.그리고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본격적으로 꽃을 시작한 건 2003년부터인데, 앞서 10년은 저는 꽃을 꽂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에는 나름의 디자인도 생각도 있었다고 믿었겠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 때는 저 자신만의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거든요. 저는 저만의 디자인이 제 자신을 알고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는 남을 보기 바빴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지금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말이예요. 다른 플로리스트 또는 다른 대중이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더 집중했던 시기였어요. 해외 플로리스트 선생님들을 초청해서 워크숍을 열며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나서 저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쎄종플레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즐겁게 나누는 것입니다.대중들에게는 꽃이 주는 행복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요. 단순히 꽃자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플로리스트들의 손을 거쳐 디자인된 결과물이 주는 행복과 즐거움, 아름다움을요. 그리고 플로리스트들에게는, 플로리스트가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닌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살아있는 꽃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패션디자이너는 어떻게 보면 무형에 가까운 패브릭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완벽한 존재인 꽃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야하니까 더 어렵죠. 꽃은 비율 면에서, 컬러 면에서 모든 게 완벽하잖아요. 완벽한 애들이 모여서 더 아름다운 디자인이 탄생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생화는 살아있는 존재이고, 우리는 그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디자인을 해야해요. 꽃이 시들지 않게, 아름답게 피어있는 모습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늘 생각하며 디자인해야 하죠. 이런 부분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이런 디자인을 하는 우리 자신 스스로도 디자이너, 아티스트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꽃으로 디자인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선생님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꽃과 사람입니다. 제가 꽃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꽃을 보면 설레고, 아름다워요. 늘 보던 꽃이라도 그 날 저의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독 예뻐 보일 때가 있어요. 하나하나 다 다르고, 같은 종류의 꽃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주 꽃과 이번 주 꽃이 다르니까요.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저에게 꽃을 디자인할 기회를 주는 클라이언트들, 그리고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꽃친구들로부터 힘을 많이 얻어요. 꽃을 매우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과 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이런 즐거움들이 제가 꽃을 계속 하게 되는 원동력이에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꽃을 디자인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꽃이 가지고 있는 무드입니다. 흔히 꽃의 언어를 꽃말로 이야기하지만, 저는 각 꽃의 형태, 컬러, 텍스처가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무드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그 무드가 그 꽃의 언어가 되고요. 숍에서 만드는 작은 꽃다발이든, 공간을 장식하는 웨딩 디자인이든 플로리스트의 손이 닿은 꽃, 그러니까 플로럴 디자인은 자연 그대로의 것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 메시지는 꽃의 형태, 컬러, 질감이 모두 섞여 하나의 무드로 표현이 되고, 그것이 플로리스트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이 됩니다.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선생님이 처음 자신만의 숍을 차리게 되신 계기와 그 때의 생각들, 그리고 지금 그 당시를 돌아봤을 때 드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직접적인 계기는 신라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었어요.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도 약속된 시간에는 꼭 일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나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서 쎄종플레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시작하고 보니 그 반대였지 뭐예요! 직원이면 쉬는 날에는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사장님은 그렇게 하지 못하잖아요. 그리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보다 클라이언트의 생각대로 표현해야하는 일도 많잖아요!(웃음) 제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생각한 저의 목표는, 저만의 플라워 숍을 차리는 것이었어요. 그 때는 브랜딩이라는 것에 대해 알지도 못할 때이고, 말 그대로 플라워숍, 사람들이 지나가다 발걸음이 멈춰 들어가고 싶은 아름다운 나의 꽃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죠. 아이돌 연습생 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바라보는 목표가 데뷔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아이돌도 데뷔가 또 다른 시작인 것처럼 숍을 차리는 것이 진정한 시작이었는데, 그 때는 그렇게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첫 숍은 용감하게도 도산공원 근처에 위치한 건물 1층, 나름 큰 규모의 공간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숍 운영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그 뒤로는 층수에 상관 없이 1층일 때도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을 했어요. 숍은 고객과 약속한 운영시간에는 항상 열려있어야 하지만, 스튜디오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외부 작업을 많이 하는 저희에게 맞는 형태인 것 같아요.또 숍이라는 공간이 없어도, 여러 형태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의 브랜드가 없더라도 플로리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개인 프리랜서 플로리스트로서 화보 촬영만 할 수도 있고, 방송이나 광고 세트를 꾸미는 일만 집중적으로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또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진 플라워 브랜드에 소속되어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예비 플로리스트들, 그리고 나만의 무언가를 준비중인 플로리스트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긴 시간동안 커머셜 디자인과 웨딩 디자인을 많이 다루셨는데 이런 디자인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들은 무엇일까요? 꽃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요. 예를 들어 두 종류의 꽃을 믹스해서 디자인을 하면, 그 디자인이 주는 무드가 있잖아요. 그 무드를 위해 이 꽃이 존재하는 거예요. 귀여운 무드를 만들어내고 싶으면 그 무드를 위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생각해요. 누군가 꽃 옆에 서서 일일이 그 무드를 설명하지 않아도 귀여운 느낌이 들게요. 큰 웨딩디자인을 하든 작은 꽃다발을 만들 때든 똑같아요. 표현하고싶은 무드를 위해 이 컬러와 이 텍스처를 써야만 하는 이유가 내 디자인 안에 모두 들어가 있어야 하죠. 꽃다발의 리본이든, 꽃 한송이든 모든 요소가 거기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디자인을 의뢰한 사람, 디자이너, 그리고 그 디자인을 받는 사람 - 만약 꽃다발이라면 - 모두 공감하는 디자인이 진정한 플로럴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제가 아는 분 중에 육아와 일 모두 잘 하고 계시는 몇 안되는 멋진! 분이십니다. 도대체 두 아들을 키우시면서 쎄종플레리는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 건가요? 육아와 꽃일을 동시에 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조언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세히 모를 때는 출산을 하고 나면 애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일을 하면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어요. 제 앞에 실제로 이 상황이 닥치니 정말 내 계획대로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는 아주 힘든 일이고 또 워킹맘, 워킹대디인 인생 선배님들이 존경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저는 둘 다 완벽하게 해야겠다 라는생각을 내려놓았어요. 지금 저의 기준에는 일도,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완벽하게 하고 있지 못해요. 제가 만족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려면 둘 중에 하나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일은 제가 만족하게 끝낼 수 있는 만큼의 일만 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선택과 집중이죠. 일도 많이 줄이고, 잠도 정말 많이 줄였어요. 일을 줄인다고 해도 스튜디오 운영을 위해 일정한 매출이 있어야 하니까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었어요. 결국 제가 추가로 줄일 수 있는 건 잠밖에 없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 저는 제가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인 걸 잘 알고 있어요 - 아이들도 아이들만의 인생을 자기주도로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자기 주도가 아닌, 엄마 주도로 살아서 뒤늦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과거의 저보다는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소질이 있는지에 대해 알았으면 해요. 주중에는 아이들의 스케줄과 제 스케줄을 맞추어 최대한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든 온 가족이 다 함께 시간을 보내요. 엄마의 빈 자리가 느껴졌을 토요일을 - 저희에게는 웨딩이 많은 토요일이 가장 바쁜 날입니다 - 만회하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려고 하고 엄마가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또 제가 이렇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된 데는 직원들의 도움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아이들 스케줄에 따라 왔다갔다 해야 할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직원들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처럼 둘 다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저희 직원들이 이 부분을 다 이해해주고 지지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현재 꽃 업계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습니다. 만약 이 업계의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플로리스트는 아티스트다"저는 플로리스트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디자인 영역에 있는 직군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매시장이나 온라인에서 농부들이 생산한 그대로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아티스트로서 계속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인 우리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꽃을 소재로 대중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꽃다발 하나를 만들더라도 우리는 늘 새롭게 만들어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 세상에는 다양한 피드들도 많고 심지어 눈에 해로운 피드들도 많지만 우리 플로리스트들이 아름다운 피드로 인해 그 순간 행복하고, 즐거워지니까요. 업계와 상관 없는 대중들이 플로리스트를 팔로하고 작품 사진들을 좋아해 주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누군가의 눈을, 나아가 정신을 정화해 주니까요.그래서 플로리스트는 생산된 꽃을 그대로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으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가 대중들에게 계속 끊임 없이 창의적인 생각들을 보여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단단하게 대중들에게도 우리가 아티스트라는 사실이 기억될 거에요. 또 대중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도매시장이나 온라인에서 생산된 그대로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꽃들과는 비교하지 않게 되겠죠.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선생님을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코스모스입니다. 코스모스는 살랑이는 가을 바람에도 흔들리기에 부드럽고 약해 보이지만 그 어느 꽃보다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특징이 저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스모스의 잎은 선처럼 가늘고 섬세하게 보이지만, 태풍 등 강한 바람에 쓰러지더라도 줄기의 중간에서 뿌리를 내고 또 일어나서 꽃을 피울 정도로 강한 식물입니다. 저도 이 일을 하는 2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일들에 쓰러질 수 있었지만, 아직도 열정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또, 그리스 신화에서 신이 세상을 만들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꽃을 만들기로 했는데 제일 처음 만든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신도 꽃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서 좀 서투른 나머지 가냘픈 모습이 되었는데요, 이에 만족하지 못한 신은 더욱 다양한 꽃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코스모스처럼 완벽하지 않기에 끊임 없이 배워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서 저와 닮은 꽃을 떠올리면 코스모스가 가장 처음 생각나는 것 같아요.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플로리스트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플로리스트는 꽃으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고, 살아있는 아트워크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여러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아티스트인 우리가 보여주는 플라워 디자인이 상품을 넘어 문화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 저의 비전이고 저의 계획입니다.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 epilogue 서로 바쁜 시간 쪼개어 만나고, 또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나와 장장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었습니다. 친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무궁무진 하지만 다음 기회에 또 다시 인터뷰를 해보기로 하고 이쯤에서 정리해 보았어요. 그래도 이야기 나누는 동안 많이 웃었고, 또 플로리스트로서 제 자신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번 인터뷰는 디자인적인 부분도 있지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과 삶에 대해 좀 더 깊게 다루게 된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과 힘이 되기를 바라며 마무리 합니다. 쎄종플레리의 최신 소식과 아름다운 꽃 사진은 아래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instagram.com/saison_fleurie designed & photographed by saison fleur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