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by julian winslow prologue 언젠가 꼭 선생님 이야기를 제대로 써볼까, 하고 생각만 했어요.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런던에 갔다가 어쩌다 같이 일하게 되어 런던에서, 또 서울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선생님의 생각과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잘 안다고 해도 잘 전달하려니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선생님의 생각을 오롯이 담아내고 또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더 신중하게 생각하다보니 해가 바뀌고 지금에서야 업로드를 합니다. 새해 첫 인터뷰는 저의 꽃 인생을 열어주고, 지금의 제가 있게 해주신 저의 꽃 엄마, 꽃 선생님, 지타 엘체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photography by julian winslow Q 무엇이 선생님을 꽃 세계로 이끌었나요? 저는 브라질에서 나고 자랐어요.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의 정원에서 노는 걸 좋아했는데, 정원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돌이켜보면 플로리스트가 되리라고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영국에 살기 전에는 파리의 카르푸 드 오데옹에 위치한 크리스티안 토투의 플라워 숍 근처에 살았어요. 그 숍을 매일 지나치며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향을 받아 플로리스트 커리어 코스를 파리에서 수강하기도 했죠. 런던으로 이사와서 인치볼드 스쿨에서 정원과 조경 디자인을 공부하고 2003년도에 졸업했어요. 그리고 이듬해, 큐 가든 근처에 문 닫은 플라워 숍을 보자마자 제가 공부한 것들을 토대로 눈 앞에 그림이 그려졌어요. 제 속에서 잠자고 있던 꽃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기 시작했죠. 그렇게 저의 플라워 숍이 시작되었답니다.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텍스처와 소재가 어우러진 저의 꽃다발을 좋아해 주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photography by momosoie Q 선생님께서 꽃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타고나기를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 저의 이런 성향이 가끔은 제가 잘 하지 못하는 분야에 있어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요. 저는 매우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인생의 모든 일에 있어 정확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임해요. 그러다 보면 제가 쏟은 노력들이 놀라운 결과들을 가져온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온 우주가 저를 도와 일이 잘 되도록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래서 이 일도 계속해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photography by momosoie Q 꽃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감정을 기반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특히 지타 엘체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칠 때 더욱이요. 뭔가 이 말이 추상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 보면 새로운 것을 창조함에 있어서 따라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머리 아픈 브레인 스토밍을 할 필요도, 어떻게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저는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플랫폼에서 영감을 찾는 것을 지양하는데, 왜냐하면 너무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다 보면 저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데 방해가 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그 아름다운 사진들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카피하게 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카피한다 한들 재료나 다른 환경의 차이로 인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도 하죠. 반면에 자신의 본능과 감정, 기분을 믿고 그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다보면 모든 디자인이 유니크해요.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디자인이 탄생하죠. 20년 넘게 플로럴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며 저는 단 한번도 같은 디자인을 한 적이 없어요. photography by julian winslow Q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도 선생님 덕분이라고 늘 생각해요. 제가 지타 엘체 플라워 아카데미를 선택한 건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카데미에서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렇게 말해줘서 매우 기뻐요. 수제 책 제본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가든 디자인, 그리고 플라워 디자인 등 다양한 아트 스쿨을 경험하며 저는 어딘지 모르게 갇힌, 막힌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 훌륭하신, 제 인생의 선생님이신 앤드류 윌슨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디자인에 대한 저의 관점이 달라졌어요. 선생님께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제가 제 자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제가 지금껏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선생님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리라고 제 자신과 약속을 했답니다. 꽃 일을 하면서 저는 저만의 티칭 기법을 개발했고, 지타 엘체 플라워 아카데미에서 이 방법대로 가르치고 있어요. 많은 학생들이 저의 수업을 듣고 난 후 저의 방식대로 능력을 펼치는 모습들을 보면 진심으로 뿌듯하답니다. photography by momosoie Q 팬데믹 전까지 한국에 여러 번 오셔서 수업을 진행하셨었죠, 그리고 저와 함께 많은 것들을 했거요! 한국에서 진행했던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을 보자마자 평생 간직하고 싶은 한국에서의 추억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저는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어요. 또 그 몇 년에 걸쳐 한국에서 멋진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기도 했고요. 수업에서 만난 많은 분들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멋진 디자인도 만들어내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이 웃고 또 울기도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아보자면 교외의 농장에 화초와 나무들을 사입하러 갔을 때, 그리고 제 수업에 와주신 분들과 멋진 공간 장식을 만들어 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아, 정말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어요! photography by catherine mead Q 선생님께서는 정말 많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셨고 또 그 중에 꽃자수Floral embroidery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죠. 꽃자수는 어떻게 처음 탄생하게 되었나요? 2009년, 첼시 플라워 쇼에 초청을 받아 작품을 내게 되었어요. 어느 날 아카데미에서 컨셉과 디자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제 어린 시절의 이미지가 갑자기 떠올랐죠. 솜씨가 좋으셨던 이모가 아이들의 드레스에 자수를 놓아주셨던 게 참 아름다웠던 기억이었어요. 작은 리본으로 꽃모양의 자수를 놓으시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생화로 자수를 표현하는 기법을 만들어 냈고, 이게 꽃자수의 시작이었습니다. 첼시 플라워 쇼에 출품할 때 생화가 물에 꽂혀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지만, 저는 이 꽃자수 기법을 고수하기로 했어요. 이에 따른 불이익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심사 당일에 심사위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어요. 운 좋게도 저는 규칙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이 작품으로 은메달을 수상했고 혁신적인 꽃자수 기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저는 꽃자수 기법을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하기 시작했고 저의 작품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지타 엘체 플라워 아카데미를 찾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photography by fiona caroline Q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꽃도 좋고, 다른 분야도 좋아요. 저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 꽃 여정에 영향을 미친 디자이너는 세 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시골의 아름다움을 파리의 도심으로 옮겨온 크리스티안 토투Christian Tortu의 컨셉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코펜하겐에 위치한 타게 안데르손Tage Anderson의 숍도 제 마음 속의 특별한 장소 중 하나죠. 가든 디자인을 공부하면서는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의 사초 정원 디자인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photography by momosoie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저는 저의 삶을 런던과 브라질, 두 군데로 나누어 살고 있어요. 브라질 한 가운데 위치한 알토 파라이소 데 고이아스Alto Paraiso de Goias에 아름다운 집을 지어서,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을 하고 있어요. (@casacapimsanto_czal) 최근에는 그 근처에 과수원을 사들였는데 이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농업permaculture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런던에서는 예전과 같이 아카데미에서 플로럴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어요. 2024년에는 3월과 11월에 정규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photography by momosoie epilogue 이번 인터뷰를 정리하고 곁들일 사진들을 찾느라 과거로의 여행(?)을 덩달아 하게 되었어요. 정말 운 좋게 선생님같은 분을 만나서 함께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플로리스트로서 기획자로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수업은 2015년 6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일을 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보게 되죠. 선생님의 이런 마음과 가르침이 부디 많은 플로리스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언젠가 좋은 날 또 좋은 기회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의 꽃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까운 미래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지타 엘체 플라워 아카데미에서, 올해는 3월과 11월에만 정규 수업이 진행된다고 하니 리프레시가 필요하신 선생님들, 새로운 배움이 필요한 새싹 플로리스트 선생님들 모두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지타 엘체 선생님 숍의 다양한 작품, 또 아카데미 소식은 아래 웹사이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수업 등록 문의 daisy@zitaelze.com 공식 홈페이지플라워 아카데미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