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요크셔는 늘 저의 마음속에 동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속에 남아있는 곳이에요. 영국, 하면 많은 분들이 런던을 떠올리지만 요크셔는 시골(?)스러운, 그야말로 영국의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동네랍니다. 올해 초, 기나긴 팬데믹의 끝이 보일 때쯤 다시 이 곳을 찾아야겠다고 계획한 것도 바로 자연이 주는 휴식과 재충전이 그리워서였나봐요.Simply Yorkshire, 심플리 요크셔라는 이름의 이번 워크숍 주제는 요크셔의 꽃과 자연, 사람 그리고 휴식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정 많고 친절한 요크셔 출신의 플로리스트들과 요크셔에서 길러진 제철 꽃들을 만지며 보냈던 시간은 꿈만 같았어요. 특히 영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열심히 일하고 육아한 저에게는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Simply by Arrangement, 사라Sarah 선생님의 워크숍은 런던에서는 기차로 4시간 정도, 맨체스터에서는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런던에서 기차 타고 갔다가 - 2019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났었고, 그 뒤로 몇년 간은 꽃여행을 쉬었었죠 - 올해는 처음으로 맨체스터에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맨체스터까지 가는 비행 일정이 힘들긴 했지만 택시를 타고 가며 요크셔 지방 특유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맨체스터에서 가는 방법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가는 길에 본 호수도 아름다웠고요, 에밀리 브론테 소설에도 등장하는 높고 낮은 언덕에 풀뜯는 양들과 소들도 많이 보고요. 높은 언덕에서 하늘을 보면 마치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사진으로 이 느낌이 안 담기는게 정말 아쉬웠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름다운 숙소에 짐을 풀고, 사라 선생님의 작업 공간이 있는 집으로 향했어요.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요? 차를 마셨죠. 손수 만들어 준비해주신 티 푸드와 함께 한 차 시간은 못 만났던 기간동안 있었던 일들 이야기부터 워크숍에 참석한 선생님들 소개와 꽃 업계 근황(?)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차 한잔씩 들고서(차는 끊기면 큰일 납니다 여러분!) 꽃을 만들러 작업 공간으로 향했어요. 작업공간에도 미리 채집해놓으신 꽃들이 있었고, 직접 선생님의 정원에서 꽃을 마음껏 채집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저희는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정원 사이를 거닐며 조심스럽게 한 송이, 한 잎 관찰하고 채집해서 숙소에 놓을 꽃을 꽂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런 순간들이 그리워 먼 곳으로 날아왔어요. 늘 바쁘고, 정신 없이 살아가느라 아름다운 꽃을 만지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꽃과 식물, 그러니까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함을 가지는 여유가 없잖아요, 우리.이번 워크숍은 숨을 고르고, 자연 속을 거닐며 남이 좋아하는, 또는 남이 좋아할 것 같은 꽃을 하는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꽃을 찾아가는 시간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시간을 보냈어요. 첫째날은 더욱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꽂은 꽃이에요. 조화같은 컬러와 질감을 지닌 저 장미를 보자마자 - 실제로 향도 장미 향수 향이 나요! - 이걸 써야겠다, 하고 시작했어요. 정원에서 채집한 붉게 물든 매발톱 잎들과 금잔화, 중산국수 열매와 이름모를 씨방도 함께 넣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꽃을 시작했을 때는 한 피스에 다양한 꽃과 소재를 사용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가짓수는 단순하게 가져가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화기 모양이 길쭉한 컵 모양이라 컵 모양 그대로를 살려보았습니다. 소울문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뒷편에 꽂혀있는 저 모브 핑크빛 고사리를 정원에서 보고서는 선생님께 양보했어요. 빈티지 핑크빛이 도는 저 잎이 시작이 되어 춤추는 포피, 아미초, 매발톱의 잎, 플록스와 팬지가 그림처럼 꽂혀있어요. 아! 애나벨 수국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네요. 평소 선생님의 꽃을 자주 보는 저로서는 새롭기도 하고, 또 그 사이에 소울문 선생님의 향기가(?) 솔솔 풍기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섬세함은 그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런던에서 합류해주신 꽃띄르 선생님과 선생님의 꽃이에요. 피치-파스텔 톤과 무겁게 떨어지는 와인빛이 대조적입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장미는 워크숍 공간에서 많이 멀지 않은 질의 꽃 농장에서 가져온 장미라고 해요. 대조적인 컬러의 연결고리는 역시 핑크, 그 중에서도 아나벨 수국인 것 같아요. 중간 중간 시선을 사로잡는 노랑과 핫핑크가 경쾌한 선생님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각자 꽃을 골라 작업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또는 참여하다 보면 정말 우리는 모두 다르게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같은 꽃과 소재로도 다른 걸 만들어 내죠. 꽃도 꽂고, 사진도 찍었으니 그 다음은 바로 티 타임입니다. 시작과 끝은 항상 차 한잔이네요! 이 날은 날씨가 흐려서였던지 반갑기만 했습니다. 차와 함께 한 디저트 타임에는 사라 선생님 남편분이신 제임스James가 만들어준 초콜릿 무스가 있었는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그리고 무스가 담겨있던 컵은 질의 작품이랍니다. 지난 워크숍에서 질의 화기를 선물로 받아서 가지고 있는데,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테두리가 정말 섬세해요. 그녀의 작품은 V&A에도 전시가 되어있답니다. 반나절의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몰리Molly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늘 꽃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저에게 에너지를 듬뿍 주는 것 같아요. 꽃도 꽃이지만 기나긴 여정 끝에 만난 따뜻한 사람들도요.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에게도 그런 시간이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 to be continued